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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신학이란 무엇인가? (자유주의 신학의 문제점) 1. 최 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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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피플신학대학
댓글 0건 조회 4,541회 작성일 22-05-1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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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신학의 문제점 


자유주의 신학이란 무엇인가?

(기독교와 자유주의, 상이한 표현인가, 다른 종교인가?)

 

최덕성 (고려신학대학원)

 

영국국교회 사제 존 셀비 스퐁은 다원주의 시대를 맞아 급속하게 변모하는 21세기의 기독교를 새로운 기독교’(A New Christianity)라 부른다. 신약신학자 마커스 보그는 이를 새로 등장하는 기독교’(A Newly Emerging Christianity)라고 일컫는다. 어떤 사람들은 신세계 기독교’(A New World Christianity)라고 하기도 한다.한국교계는 이 새로운 기독교자유주의 신학이라고 일컬어 왔다. 기독교 전통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신학 유형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여 그것이 역사적 기독교(Historic Christianity)와 구분되는 새로운 종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 유서 깊은 기독교와 자유주의 기독교는 하나님, 성자, 성령, 십자가, 부활, 교회, 구원, 종말 등 신학상징(theological symbols)들과 용어들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개념, 패러다임, 뿌리를 가지고 있다. ‘자유주의 기독교’(Liberal Christianity)라는 표현이 이 새로운 기독교의 개념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유주의 기독교는 통일된 규칙이나 정연한 신념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믿는 신학 흐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대마다 이론이 다르고, 정통신학과의 거리도 일정하지 않다. 온화한 자유주의가 있는가 하면 과격한 자유주의가 있다. 극단의 자유주의를 배제하는 자유주의가 있는가 하면, 성경의 신적 영감,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속죄사역, 육체부활, 기적을 행하는 초자연적 능력 같은, 기독교의 근본 도리를 신봉하지 않는 자유주의도 있다. 성경을 신화, 영웅담, 전설집으로 여기는 자유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그것을 하나님의 말씀을 담고 있다고 보는 자유주의도 있다. 자유주의 신학을 비판하는 자유주의자도 있다.

 

그레스앰 메이첸은 여러 세대 전에 이 새로운 기독교의 정체를 규명한 바 있다. 기독교와 자유주의(Christianity and Liberalism, 1923)에서 그는 자유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기독교기독교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실상 전혀 다른 뿌리에서 생겨난 별 개의 종교라고 단정한다. ‘자유주의’(자유주의 신학에 바탕을 둔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라 별종 종교(a different religion from Christianity)이며, 유서 깊은 기독교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아우를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1 메이첸은 이 사실을 교리관·신론·인론·성경관·기독론·구원론·교회론·봉사론을 견주면서 그 차이를 규명한다. 과연 자유주의 기독교는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가 아닌 별종 종교인가? 이러한 메이첸의 판단은 옳다면 그러한 신학을 지향하거나 그와 비슷한 신앙을 고백하는 교회와 일치하는 것은 진리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의 판단이 옳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유서 깊은 기독교와 자유주의 기독교를 하나로 묶거나 아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유주의 신학은 무엇인가? 역사적 기독교와 근본주의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1. 새로운 기독교: 자유주의

 

자유주의 기독교는 일제의 한국지배가 본격화될 때부터 한국장로교회가 전수한 유서 깊은 기독교 신앙을 줄기차게 공격해 왔다. 장로교회와 정통신앙을 이탈시키고, 한국교회를 자유주의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여러 가지 지략을 짜내고 독설을 내뱉었다. 예컨대 조선신학교(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김재준 교수는 옛 건물”(정통신학)을 파괴해야 새 건물”(자유주의 신학, 신신학)을 건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정통신학은인본주의요 정통적 이단이다”2고 힐난(詰難)했다.자유주의 기독교의 속성을 대략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적 기독교와 상반되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자연주의(Naturalism)에 뿌리를 박고 있다. 기독교 신앙의 초자연적 기초를 부정한다. 하나님의 진리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현실 세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내는 세상의 합리성과 충돌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마저 넘어서는 영속성을 가진 진리일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계시의존 신앙에 근거하지 않고 종교경험, 깨달음을 더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이성에 바탕을 둔 인간 진리와 신의 계시에 바탕을 둔 기독교 진리 사이에 단절이 없다고 본다. 기독교만이 인간이 하나님을 찾는 유일한 길이라고 할 수 없으며,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계시가 기독교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둘째, 성경과 교리를 무시한다. 성경을 하나님에 대한 유태인들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라고 본다. 성경의 언어는 인식언어가 아니라 고백언어라고 본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은 의미를 고백한 것이라고 한다. 고백언어란 사실과 거리가 먼 신화, 꾸며낸 영웅담,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자유주의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를 강조한다. 초기 기독교의 역사성(그리스도의 도성인신, 동정녀 탄생, 대속죽음, 육체부활, 기적수행능력 등)을 부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리와 신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개인 경험을 절대화 할 수 없다고 본다. 교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적인 기독교를 배타적인 집단으로 단정한다. 죄 사함이나 영혼구원이나 영원한 생명 따위 보다 지상천국 건설과 사회정의와 윤리실천에 역점을 둔다. 복음보다는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신자화, 복음화가 아니라 인간화, 사회화에 열성을 보인다.

 

셋째, 기독교를 도덕생활과 윤리실천 종교로 이해한다. 정의실현·사회악 타파·구조악 철폐·인권투쟁·성차별 철폐·핵무기 제거·환경보존·창조세계의 통합과 가난, 전쟁, 인종차별, 평화, 사회악 개선 등 현세적인 것에 관심을 둔다. 하나님이 전 우주를 통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교도 세상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하나님의 선교를 천명한다. 악의 원인은 무지이며, 인간의 원죄나 타락한 본성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자유주의 기독교는 신약성경에 나타나는 영지주의(Gnosticism)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지주의는 그리스도의 인성, 역사성을 부정하면서 그리스도로부터 밀교(密敎)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자연신학(Natural Theology)이라고도 일컬어지는 17-18세기 영국의 이신론(Deism)도 일종의 자유주의 기독교였다.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섭리와 통치를 부정했다. 기독교가 일반 종교 가운데 발견되는 것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들만이 기독교의 참된 것이라고 보았다.